[글마당] 풀 끝에 오른 이슬
풀 끝에 오른 이슬이 한평생의 기간인가 마른 풀잎엔 젖은 이슬만 흥건하네 불 꺼진 창으로 들어오는 외로움의 포효 나목의 쓰린 상처가 멈춰선 계곡의 소리들을 들추고 생명의 빛으로 순환을 하는 그대처럼 아름다운 이 봄에 그대 감긴 실타래 풀어 긴긴날을 홀로 남아 가게 하나 반평생 다 못한 찢긴 바람의 갈기를 잡아매려 풀 끝에 서린 칼바람 등에 지고 나섰던 길 아성의 편집만을 고집하지 않는 그대가 있어 글 새들의 퍼석한 깃 하늘을 날게 하고 무거운 겨울의 그늘을 견디고 있는 동백의 작은 볼에도 붉은빛이 감도는 순환의 터에 이름 지우고 떠나는 그대 앞에 이름 없는 이 자리에 앉아 오색 다리 무지개를 타고 있네 한 귀퉁이로 나를 몰아세우고 나를 보는 나 살아 보자고 소리치는 작은 소리의 목 맺힘이 아직도 나의 볼을 때리는데 꽃이 꽃밭으로 들어가 꽃으로 지네 꺾이다가 밟히다가 누런 전 잎으로 처져 있던 풀잎들의 끝이 몸을 추스르고 숨을 쉬는 맑은 날 그림자 없이 그렁거리는 어제의 미소와 향으로 오르는 오늘의 그 얼굴 모두가 일어선 봄의 향연 숨통을 트이게 하는 생명의 길목에 찾아갈 수 없는 그리움 멀리 그대 사라진 거리에 바다의 미풍만 서럽게 반짝이네 손정아 / 시인·롱아일랜드글마당 이슬 김규화 오색 다리 남아 가게